The following is a brief documentation of 예술 화수분 (Art Cornucopia), a quarterly book reading session organized together by Seoul Reading Room and Birdcall. For the third session, we read the Korean translation of The Class Ceiling – Why it Pays to be Privileged by Sam Friedman and Daniel Laurison.
- 일시: 2024년 7월 24일 오후 7시 30분~오후 11시
- 장소: 버드콜의 두 번째 공간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2길 10-7)
- 참가: 지수, 재용, 지은, 세진, 윤주, 혜림, 지혜
- 함께 읽은 책: [계급 천장] (링크)
- 샘 프리드먼, 대니얼 로리슨 저, 홍지영 역
- 서울: 사계절, 2024

세 번째 예술 화수분
[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에서 시작해 [제3의 장소], [계급 천장]으로 이어진 세 번째 예술 화수분. 어떤 종류의 책을 읽어도 예술/미술을 생각하게 되는 주최자들의 생각은, 예술 관련 종사자, 전공자들이 다른 분야의 책을 읽고 만나 예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억이 휘발되기 전, 기록을 남겨 봅니다.
아래 내용은 모임에 참가한 박재용이 기억을 바탕으로 작성한 주관적 기록으로, 모임 참가자들의 발언과 완전하게 일치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 경험 공유
기억이 더 흐릿해 지기 전에 떠오르는 대로 공유해보자면,
- “문화적 자본과 경제적 자본의 불일치하는 상황”에 처한 자신에 대한 이야기
- 최근 많이 발간되고 있는 계급 관련 서적들. 어쩌면, “참다참다 이제 계급 이야기까지 오게 된 것은 아닐까?”
- “실패를 감수할 수 있냐”가 ([계급 천장]에서 말하는) 계급 차이를 가르는 요소인 듯 하다.
- “유학반”이라는 것을 겪으며 알게 된, “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세상인데, 보고 나니 돌아갈 수 없는 세상”에 대한 생각들.
- 한국의 대학교에서 풍습처럼 진행되는 만우절 행사 가운데 하나는 (놀랍게도)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것. 이 자리는 서로의 소속감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너도 OO 나왔어?” 하는 식으로.
- “페미니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결국 계급 이야기를 하게 된다.”
- “서울에 상경한 사람들이라면 한 번 쯤 겪었을 ‘부의 충격’이라는 게 있어요. 지방에서는 그래도 다들 비슷비슷한 경제력인데, 서울에 오면 샤넬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대학생들이 있거든요.”
- “따라잡을 수 없는 부의 크기를 보고서, 편안하게 그걸 관찰하는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관찰 중이고요.”
- 사립 초등학교의 학예회에서 ‘새 임금이 필요해’라는 가사를 합창하는 뮤지컬을 했다는 (돌아보니 정말 이상한) 경험.
- 미술계 동료 중에, 본인의 유한계급(leisure class) 정체성을 자각하고서 ‘나 이거 안할래’라며 본래의 상태(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로 돌아간 동료(들)의 사례.

자아 성찰?
- “얼터너티브, 대안적인 무언가를 선택한 것 역시 팬시한 것을 추구하는 내 모습은 아닌 걸까?”
- “‘영어’와 ‘미국’이라는 이 두 가지가 모종의 우위를 안겨주거나, 적어도 그렇다는 환상을 주는 것 같아요.”
- 책 [지배받는 지배자 – 미국 유학과 한국 엘리트의 탄생](링크)
- “몇 대에 걸쳐 부를 지키고 있는 제 직장의 상사를 보면, 이것이 ‘3대는 걸리는 구나’라는 생각을 해 봐요.”
- “한국은 전쟁 이후 이제 그 ‘3대째’라는 게 생기는 것 같고, 많은 사람이 계급 고착화를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끝나간다는 걸 직감하는 것 같아요.”
- “상류층으로 가는 막차에 탑승할 수 있다는 (그리고나서 사다리를 걷어차겠다는) 로망이 큰 나라인 것 같아요.”
- “유튜브에 범람하는 ‘귀티나는 법’ 같은 컨텐츠도, 계급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다는 환상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일까요?”
- “우리 세대는 교육은 많이 받았지만, 경제 축소기를 살아가고 있어요. 그래서 더 위기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 (빅테크가 삶을 잠식하면서) “삶의 다채로운 모습이 획일화 되어가요. 저는 인스타그램을 쓰고나서 해외 여행이 재미없어졌어요. 이제는 어느 도시를 가도 멋쟁이들의 패션이 다 똑같은 모습이거든요.”
계급 고착화에 대한 문화적 내러티브
넷플릭스 시리즈 《하이라키》(2024) – “상위 0.01%의 소수가 질서이자 법으로 군림하는 주신고에 비밀을 품은 전학생이 입학한 후 견고했던 그들의 세계에 균열이 생기며 벌어지는 이야기”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2023) – “각기 다른 이해(利害)를 가진 이들이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이해(理解)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멜로드라마”
한국에선 ‘계급 고착화’에 대한 문제 의식과 동시에 ‘계급 판타지’가 공존하는 상황인 것 같다는 의견과 함께 언급된 일본 드라마 《도쿄여자도감》(2016). ‘왓차피디아’의 소개글에 따르면, “어릴 적 시골에 살면서 도쿄라는 도시를 동경하여 결국 성인이 된 후 도쿄에 살면서 자신의 가치를 찾고 실수와 정답을 반복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 계급에 속한 이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사랑의 이해》의 결말처럼, 자신의 계급에 머무르는 것이 ‘합리적 선택’임을 보여주는 문화적 내러티브가 더 늘어나게 되지 않을까? 함께 전망해보았습니다.
- 양귀자의 소설 [모순](1998) (링크)
- 계급의 지닌 모순을 알면서도 그것을 선택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진다.
- “김중배의 다이아 반지가 그렇게도 좋더란 말이냐”라는 대사로 알려진 이수일과 심순애의 일제시대 계급-로맨스 이야기 (링크)
“좋음”에 대한 갈망
- 교육을 통한 계급 상승에 대한 갈망에 따른 엄청난 사교육들… “그건 ‘제왕학’ 같은 게 아닐까요?”
-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마치 산유국의 지도자를 위한 교육을 해요. 큰 낭비죠.”
- “”좋은 취향”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는 건 이상해요. 그래서 “좋은”게 뭔가요? 그것도 누가 정하는 거 아니에요?”
- “그것도 그렇고, ‘취향’ 앞에 왜 ‘좋은’ 이라는 형용사를 붙여야 할까요?”
-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 “한국이 시차를 두고 일본의 어떤 면을 따라간다고 생각하면, 각종 ‘취향’ 마다 ‘매뉴얼’이 갖춰진 (일본의) 상황을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베니스 비엔날레 관람을 하다가, 아시아인이나 한국인이 아니라 유럽의 귀족에 빙의한 것처럼 써서 올리는 포스팅. 그런데 사람들은 거기에 열광해요.”
좀 다른 정체성의 감각이 필요하다
- “경제적 계층 혹은 가족이라는 정체성외에, 혹은 직업으로서 자신을 정체화 하는 것 외에 자신을 설명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 독일 도시 하노버Hanover의 사례
- ‘시민’이라는 정체성을 가져볼 수는 없을까?
- 하노버의 시민들은 스스로가 왕에게 복속된 존재가 아니라 자유롭고 동등한 계약 관계에 따라 자신의 삶터에 거주한다는 걸 오랜 자랑으로 삼았다고 함.
예술의 입장 혹은 포지션은?
- “예술은 왕의 옆에서 재간을 떠는 광대 같은 역할을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요.”

- [계급 천장]에 따르면, “계층의 이익이 막히는 곳은 ‘이 사회의 방향을 정할 수 있는 곳’이라고도 해요. 예술이 그런 걸까요?”
- “미술관, 도서관, 극장 중에 미술관만 ‘공공성’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인식에서 멀리 있는 것 같아요.”
- “컬렉션, 소장품이라는 배타적인 소유물을 기반으로 하는 것 때문 아닐까요?”
- “지금의 미술관들은 희소성, 소장가능성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점점 더 배타적으로 가져가는 방향과, 외부로 나가려는 두 흐름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는 것 같아요.”
- “화제가 되고 이익을 내는 건 배타성을 강화하는 방향인 것 같아요. 최초로 뭘 공개한다는 식의…”
- “이 모임에 오면서 최샛별 교수의 책을 좀 찾아봤어요.”
- 최샛별, [예술의 사회학적 읽기](2022) (링크)
- “상징 자본의 문제가, 기존의 구조를 공고화한다는 것 같아요.” (동시대 예술도…?)
- “이 책에선 최종결과물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환경일수록 불확실성을 줄이려고 ‘특권층 출신의 자기 관습적 표현’에 기댄다고 해요. 그렇다면, 컨템포러리 아트도…?”
- “기술 자본이 보상받는 업무환경 일수록 계급 격차가 낮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기술적인 능력(묘사의 능력)이 강조되는 그런 미술이 아니라, 개념을 중심으로 하는 컨템포러리 아트는 그 반대 방향이 아닐까요…?”

‘돈’이 모든 게 아니라는 감각
- “비용을 내지 않고 점유할 수 있는 공간”
- “서울에서는 공간조차 돈을 내는 A지점에서 돈을 내는 B지점으로 이동하는 식인 것 같아요.”
- “싫어도 부딪히는 일 없이 점점 성채화되어가는 아파트”
- “다양한 타자가 모이는 게 좋아요. 자기 자리에만 머무르는 것 보다요.”
다양성과 교차성, 개별성
- 조현아의 추구미에 관해. “다들 남의 인생에 왜 이렇게 참견하려 들죠?” (링크)
- “몇 년 전 어느 신문의 기자분이, 자신이 다루는 ‘청년’의 범위가 결국 서울 4년제 졸업생들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해요. 결국 거기에서도 배제되는 목소리가 존재하는 거죠.”
그 외의 중요한 이야기들
- 노트에 남기지 못한, 남길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각자의 일터와 입장에서 계급 천장을 줄일 수 있는 행위가 무엇일지 나누며 모임을 마무리했습니다.
- 예술 역시 결국 삶의 일부이고, 변화는 자신으로부터, 동시에 구조를 향해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 교차성에 대한 생각, 그리고 ‘선택지를 열어 놓는’ 태도의 유무에 따른 (겉으로 보이기에는 똑같아 보이더라도 본질적으로 다른) 행위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 버드콜, 서울리딩룸은 운영에서 조금 더 개선할 부분이 없을지도 살펴보았습니다.
- 버드콜의 경우 조금 더 개방성을 높일 방법을 찾기
- 서울리딩룸 역시 NPNL원칙을 좀 더 명확하게 알리기 등.
- [계급 천장]에서도 언급하듯, ‘뒤에서 밀어주는 것’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특정한 커넥션을 넘어서서 지지하고 지원하는 것에 개인적 차원에서도 힘을 써야 할 것.

모임에서 도출된 아이디어들
- 이 모임을 통해 네 가지 정도의 프로젝트 아이디어가 도출되었습니다.
- 큐레이터들이 어떻게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의 경로에 대한 인터뷰 시리즈 (예술적 작업에 대한 논의와 별개의 내용으로서)
- 일종의 공공 미술에 대한 제안
- 돈을 쓰지 않고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는 법을 다루는 프로젝트의 아이디어
- (책의 내용과 관계가 없는 것 같지만… 이야기 흐름의 한 종착점으로) 도쿄의 모리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티아스터 게이츠Theaster Gates의 전시 《아프로-민예Afro-Mingei》 당일 혹은 무박 2일 관람 https://www.mori.art.museum/en/exhibitions/theastergates/
모임 중 언급된 그 밖의 책
- [야망계급론 : 비과시적 소비의 부상과 새로운 계급의 탄생](엘리자베스 커리드핼킷 저, 유강은 역)(서울: 오월의봄, 2024) 링크
- 미국의 사례를 좀 더 질적 연구로 본 책
- [자살하는 대한민국](김현성 저)(서울: 사이드웨이즈, 2024) 링크
- 한국의 많은 문제가 사실은 ‘실제로 개인들에게 잉여 자본이 없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고 이야기하는 책
-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강지나 저)(서울: 돌베게, 2023) 링크
- 단순히 소득이 낮아서가 아니라 사회 안전망에 포획되지 않는 경우도 많은 여러 명의 한국 청소년들을 거의 10년에 걸쳐 추적 관찰한 내용
- [계급 횡단자들](샹탈 자케 저, 류희철 옮김)(서울: 그린비, 2024) 링크
- 이 책 역시 부르디외에서 출발하는 내용. 부르디외 역시 ‘계급 횡단자’였다며…
계급 천장을 부수는 10가지 방법
- 한편, 책에서 제시하는 (일터에서) “계급 천장을 부수는 10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아요.
- 출신 계급을 측정하고 모니터링하라
- 조직 내부에 계급 천장이 존재하는지 확인하라
- 재능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라
- 교차성을 진지하게 고려하라
- 사회 이동성 데이터를 발표하라
- 무급 및 미공고 인턴십을 금지하라
- 경영진의 지지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 비공식적인 것을 공식화하라
- 지원을 바라는 사람들을 지원하라
- 법적 보호를 위한 로비 활동을 하라
네 번째 예술 화수분
서울리딩룸, 버드콜이 함께 진행하는 예술 화수분은 이제 2024년 4/4분기의 모임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10월에서 12월 사이 언젠가 진행될 예정이며, 책은 아직 미정이에요.
협업 및 제안에 대한 문의는 다음 이메일로 부탁드려요. 다음 책으로 무엇을 읽을지에 대한 제안도 언제나 환영합니다!
books@readingroom.me & birdcall.xyz@gmail.com
- 작성자: 박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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