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노트] 2025년 2월 온라인 독서실

A documentation of Seoul Reading Room’s monthly online reading room on February 2025.


2월의 끝에 다다라도 여전히 추운 날. 밖으로 나갈 필요 없이, 따뜻한 방구석에서 함께 읽었던 2월의 온라인 독서실 기록을 공유합니다. – 독서실 총무 白

참가자

  • 운영진을 포함해 총 9명이 참석했습니다.

각자 읽은 책/자료


1. The Conspiracy Tourist (2024) by Dom Jolly

친절한 이웃이 힐러리 피자게이트 믿는 음모론자인 걸 알고 충격받은 여행 작가가 음모론의 원산지만 쏙쏙 골라서 방문하는 여행(?) 서적입니다.. (재용)

“That evening I took an Uber to what laughably passed for the ‘Old Town’. It felt like Disney had constructed an Adobe Land. – ibid. p.104

나치에 공식 폰트(?)가 있었다고 해요 – p.112 (원래는 Fraktur였다가 ‘유대적’ 폰트라고 해서 1941년부터 Tannerberg 폰트를 썼다고 함!

2. 사진의 이해 (2015) by 존 버거, 김현우 번역

“사진은 주어진 상황에서 실행되는 인간의 선택에 대한 증거다.”  p.32

존 버거가 사진에 관한 에세이 쓴 걸 모아놓은 책입니다. 일 때문에 올해의 주요 도시 기관 전시 살피다가, 사진 전시 유난히 많은 걸 알게 되어 사진에 관심을 가지고 읽고 있습니다. 특히 60년대-70-80년대 격변기 중심으로 해서 사회적 메시지 담은 전시 많고, 사진 매체 조망 전시도 많아서, 지금 시대 사진의 의미가 뭘까 궁금했습니다!

3. 두 개의 인도 (2024) by 아쇼카 모디, 최준영 번역

  • 일본은 경제 활동 인구가 많은데도 청년 세대가 빈곤하다고 합니다.
  • 이 책에 일본과 비교 이야기가 많은데요,
    • 특히 ‘교육’ 파트 – 모든 여성이 100% 초등학교 들어가기까지 정말 긴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
    • 일본, 한국이 초등 문맹률 탈출하는데 걸린 시간 vs 인도가 같은 걸 하기까지 걸린 시간을 비교 분석한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 저자 = 아쇼카 모디
    • 성이 ‘모디’ – 카스트 제도의 최상층의 셀프 비판?

4. 음악은 왜 중요할까: 자유, 연대, 사랑 사람과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음악의 힘 by 데이비드 헤즈먼드핼시, 최유준 번역

  • 3월에 진행할 행사의 정당성에 대한 자기 의심&불안을 연구를 통해서 잠재우려고 읽고 있습니다… 챕터 4만 발췌독하려 했는데, 다시 제1장부터 읽고 있고 있어요.
    • 누스바움의 quote가 인상적입니다.
    • 음악이 불러일으키는 정동 – 누스바움의 ‘감정의 역동’에서 한 구절을 재인용한 부분이 인상깊어요.

“이야기와 놀이는 어린아이에게 “완벽하지도 전능하지도 않은 세상에서 사는 것(감정의 격동, 237)”에 대한 관심을 불언허어줌으로써 우울증과 무력감에 대항할 수 있게 해준다. 이야기와 놀이는 마음 속 갈등 상황에서 양가 감정보다는 사랑과 감사를 느끼고, 상실의 무력감보다는 적극적 배려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러한 역학관계는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되며 – 물론 이것은 정신분석학적 사고의 근본적인 통찰이다 – 성인들도 서사적 놀이에서 도움을 얻는다. 

5. 연구관련 코딩 중

  • 전기차 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 연구 중에 있습니다.
    • 사용자의 ‘journey’에 맞춰… 충전기 탐색, 대기, 충전 이후의 과정을 분석합니다.
  • 전기차 문화를 모르는 사람에게 재미있을 부분 인용해볼게요.
    • ‘연락(처)’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 “없는 게 되게 많고, 있어도 연락 안 받아. 문자 보내고 전화하고 막 이래도 안 되는 경우들이 많다. 근데 이게 사실 좀 다른 데 갈 수 있으면 좋은데 저는 사실 바닥까지 있을 때까지 가거든요. 그러니까 막 빨간 불 들어와서 막 이게 도대체 몇 킬로 남았는지 모를 때도 그냥 저는 막 1% 2% 남아도 그냥 다녀요. 근데 그런 경우에는 굉장히 난감한 거죠. “이 사람 안 빼주면 내가 멈출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드는데 연락 불가이면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6. 별의 시간 (2023) by 클라리스 리스펙토르, 민승남 번역

  • 작년에 처음 읽고서, ‘어떻게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지?’ 생각했어요.
  • 곱씹어볼 수록 소화하고 싶은 구절이 많이 나오는 책이었습니다.
  • 글쓰기에도 관심이 있어서 – 이 작가를 알기 전 좋아했던 취향과 전혀 다른 문체와 내용인데… ‘내가 이런 글도 좋아하는 구나!?’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 작가
    • 작가에 대한 궁금함이 많이 생기게 된 책
    • 삶과 죽음에 대한 자신만의… 죽음을 다루는 방식이 독특, 특이했습니다. 삶과 죽음에 대해 어떤 신념,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일까 궁금해집니다!

7. 김예솔비 “소수적 파괴의 시대”, “굳은 심장으로 걸어갈 것이다”

  • 비평 읽기는 관성적 삶에서 벗어나게 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 평론을 읽을 때의 시원함이 잘 느껴지는 글. 문장을 잔뜩 받아적어 보았는데, 이곳에 옮겨둡니다. 평론가님의 지난/앞으로의 글들도 궁금해집니다.

● 김예솔비, 「소수적 파괴의 시대」, 『자음과모음』 63호 (2024년 겨울호),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4916379

– 오랫동안 궁금했다. 왜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일이 나를 살게 하는지. 잘못 되어가는 일 앞에서 더 망칠 것을 생각한다든지, 예견된 것보다 더 많은 비극을 상상한다든지. 나는 그런 일이 거의 임박했다고 믿고, 책망하고, 참회하는 자세로 되돌아오는 장면을 떠올린다. 그러면 왜 모든 것이 약간 나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 조금 숨 쉴 수 있을 것 같은지. 애초에 무엇이 나를 옥죄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그 대상이 너무 많아서 특정할 수 없을 뿐, 언제나 모든 게 사방에서 조여오고 있다. 스스로를 자책하는 일은 사실 다른 누군가에게 책망당하는 두려움에 면역을 기르기 위해 먼저 독성을 주입하는 것이다. 나는 자책의 달인이다. (←김예솔비 평론가의 글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SNS 캡처 파트)

 자기 자신을 해쳐야 살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해버리는 사람에 대해 생각한다. 용기처럼 보이기도 나약함처럼 보이기도 하는, 좀처럼 상태가 잘 읽히지 않는 얼굴을 가진 사람. 그런 얼굴을 가진 사람이 있고, 그런 사람이 살다 간 흔적을 간접적으로나마 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될 때가 있다.

스즈키 이즈미의 소설에는 주로 1970~1980년대 버블경제가 거의 정점을 찍던 시기에 들끓고 있던 시대상의 불길한 예감의 징후가 드러난다. 거리에는 청년들이 사라지고, 광장과 공론장에 나와 체제를 비판하던 열기는 각자의 방으로 숨어들어 일시적이고 과도기적인 위안을 취하는 개인의 시간들로 파편화되었다. 이런 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은 2000년대 이후 한국 소설에서 나타났던 정서와도 유사하다. “더 낮은 곳으로의 전략 외에 어떠한 탈출구”도 마련할 수 없다는 사실 속에서, 청년들은 진보와 성공의 논리를 거부함으로써 자발적으로 사회부적응자가 되려 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중압감을 느끼고, 경쟁 논리로부터 끊임없이 도피하며, 태생이 도피처럼 낙인찍힌 존재들.

 소영현 비평가는 ‘자기파괴적’ 청년들을 그리고 있는 2000년대 이후 한국 소설이 대부분 유기적 서사 구성을 거부하는 경향을 보이며 이것이 서사화될 수 없는 청년 개별자의 삶을 복원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한다. 이 소설들은 이 시대의 유일한 이데올로기인 신자유주의를 내면화하는 인간형과의 거리두기를 통해 그런 인간형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다른 현실 인식의 가능성을 열고자 하지만, 종국에는 그들의 성찰이 개별적이고 차원에서만 경험된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 반면 스즈키 이즈미의 SF는 세계의 구조와 법칙을 전도함으로써 특정 경험이 개인의 차원에만 머물지 않게끔 하는 전략이 된다. (…) 그녀는 다른 세계로 도망친 것이 아니다.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현실의 최전선에서, 스스로를 파괴하는 방법만이 유일한 자기 표현의 수단이라는 시대의 불가능성을 포착하기 위해 잠시 현실을 떠난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역설을 써 내려간 것이다. 그녀가 자신의 발가락을 잘라 저질러버린 후의 시간으로 도약함으로써 공포를 해방시키려 했듯이, 지금과 유리된 것처럼 보이는 가상의 세계 너머로 현실의 축을 이동시키는 것은 동시대에 감도는 불가해한 불안과 맞서기 위한 그녀 나름의 육탄전이었을 것이다.

● 김예솔비, 「굳은 심장으로 걸어갈 것이다: 여성적 분노의 역능에 대하여」, 『SEMINAR』 Issue 08 (2021), http://www.zineseminar.com/wp/issue08/kimyesolbi/  

가령, 일상의 여러 마주침들 속에서 나는 얼굴을 가지고 몇 가지 전략을 가동할 수 있는데, 그중 하나는 무표정을 의식적으로 꾸며내는 것이다. (…) 내게 무표정은 감정을 숨기려는 방어기제이기보다는 일상의 장벽들을 헤쳐나가기 위한 전략적인 위장에 가깝다.

무표정은 어떻게 전략이 될 수 있는가? 다시, 무표정은 어떻게 스스로의 무해함을 가리는 위장술이 될 수 있는 것일까? 단언하자면, 이는 여성들의 무표정이 무감정의 상태가 아닌 어떤 부정성을 띤 감정 상태로 독해되며, 심지어는 불쾌함을 자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 그러므로 무표정이란 여성에게 있어 전적으로 성립 불가능한 언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표정 없음’이라는 중립의 상태는 불가하며, 무표정은 필시 또 하나의 표정이자 선언이 된다. 우리의 가짜 분노가 당신을 찌를 수 있다면. 모든 상처가 치명적이기를. 우리의 투쟁에 분노가 동반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에서 출간된 리스펙토르의 책 두 편의 표지에는 모두 그녀의 얼굴이 걸려있다. 입꼬리는 당기거나 밀지 않고, 눈썹에 힘을 푼 얼굴. 나의 전술이라고 생각했는데 내내 그녀를 따라 했던 걸까. 아주 오래전부터 이 얼굴을 찾아 헤맸던 것 같은 기분이다. 세기와 세기를 거듭하는 기다림 끝에 만난 나의 흠모하는 단면. 촘촘히 닫힌 입술과 저물지 않는 눈. 여성과 분노의 관계는 이런 단단함으로부터 다시 쓰여야 할 것이다. 

분노에 관한 더 많은 픽션을 원한다. 지금 스크린에는 여성들의 분노를 유발하지 않는 게 이상한 명시적인 위협들과 지나치게 필연적인 분노들이 넘쳐난다. 나는 차라리 개연성 없는 분노들이 더 적극적으로 현시되기를 바란다. 집요하게 설명되어야 하는 분노에 좀 더 많은 러닝타임을 할애하기를. 여성들의 분노가 순간적으로 반짝이고 사라지는 정동의 이미지로만 소비되지 않기를. 긴 설명과 추적을 필요로 하는 일상의 미묘하고 사변적인 분노들이 더 많은 스크린을 점유하기를 소망한다.

8. 형식과 매체를 다시 생각하기 (전기 가오리)

저는 ‘형식과 매체를 다시 생각하기’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철학 관련 책을 소개해주는 전기가오리라는 플랫폼의 최신 책이라,,, 셀프 숙제 해결의 느낌으로ㅎㅎ 읽었습니다.

여러 비평들이 실려 있는데

벤저민 부클로라는 사람이 쓴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1977년 10월 18일에 관한 노트’라는 작품을 비평을 먼저 읽었습니다. 생각보다 어려워서ㅎㅎ뒷장에 첨부된 설명 원고를 먼저 읽고 있습니다.

해당 작품은 흐릿한 사진인데, 당시 독일에서 테러를 일으킨 범죄자들이 감옥에서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죽게된 장면을 담고 있다고 해요.

사진이라는 객관적인 매체를 이용했으나, 투명하게 팩트를 전달하려고는 않았다고 해요. 역사를 대하는 개인적인 감정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해요.

이 글을 읽고 얼마 전에 본 정재원이라는 작가님의 작업 중 옛 조선 총독부를 찍은 사진 작업이 떠올랐는데요. 큰 역사 속에서는 조선 총독부 건물은 반드시 사라져야할 건물이었으나, 작가님 자신에게는 애착이 있었던 건물이었다고 해요. 건물의 역사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 간의 괴리를 말씀해주신 게 같이 생각이 나서, 한 번 엮어서 생각해보고 싶어졌습니다ㅎㅎ

9. 사랑에 대하여 by 안톤 체호프 저자, 이항재 번역

내 남편은 언제, 어디서나 이 단어를 말한다. 나는 그를 ‘이따금’ 사랑한다. 여기서 ‘이따금’이란 이 멋진 단어를 말하는 때와 일치한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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